김윤섭 · 박이도 · 해요 작가 3인전

△, □○△: 삶, 다양성

갤러리X2의 전시 <, □○△: 삶, 다양성>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가’라는 물음에서 비롯된 장기 프로젝트다. 지금의 시대는 세상에 보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얼마나 ‘잘’ 사는지 드러내기 바쁘다. 그러나 피상적인 것에서 가치를 찾는 일만큼 무의미한 것은 없다. 이 프로젝트는 인물을 작품의 주요 소재로 다루는 세 명의 작가를 선정해 그들의 삶과 예술에 관한 담론을 나누기 위해 기획되었다. 그 첫 타자가 바로 김윤섭과 박이도, 그리고 해요다.

 

“항상 무섭습니다. 그런데 어떤 때는 그냥 무시해버리기도 합니다.” – 김윤섭

본다는 것은 가장 원초적인 지각 방법으로, 특히 시각예술에서 강력한 힘을 갖는다. 이때 ‘보는 것’은 이미 대상이 가시화된 상태를 전제로 하고 있기에 무엇을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어떻게 보는지에 달려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김윤섭의 회화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만화를 전공했고 철학을 사랑하며 회화에 정착한 자신의 삶이 경계선 위에 교묘히 서있다고 말하는 김윤섭은 독특한 혼종이다. 캔버스와 유화 물감이라는 보수적 매체를 사용하지만 만화적 구성을 활용해 자신이 수집한 단편적 이미지를 늘어놓는다. 

그가 수집한 이미지는 일방적으로 편집된 하나의 부분이다. 그러나 이 이미지들은 전혀 인색하지 않다. 내가 바라보는 현실 세계가 타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나의 단편은 타인의 세계가 될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존재는 곧 표현’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회화란 예술이라는 이름 이전의 실존적 고민에서 비롯되는 행위다.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세상에서 고유한 나만의 것, 특별한 존재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의 결과물로 회화의 형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외부에 의해 정의되지 않는, 나 자신이 만들어나가는 것.” – 박이도

삶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행위의 연속이다. 그러나 우리가 선택하지 못하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생生일 것이다. 박이도는 주어지는 것(태어남)과 주어진 것을 통해 무언가를 도출해나가는 과정(살아감)이 예술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박이도의 작업은 매체에 주체성을 부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주체성을 띤다는 것은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생동하는 실체로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박이도는 매체의 고유한 성질을 극적으로 끌어내 자립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를 위해 그는 먹과 밀랍, 연필과 알루미늄 등 유사성을 찾기 어려운 매체를 화면에 병치시킨다. 각각의 매체는 하나의 화면 안에 존재하지만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다. 그래서 박이도의 회화는 어느 한 주제나 재료가 서로를 완전히 압도할 수 없다.

 

따라서 박이도에게 예술이란 특정한 주제나 표현법에 의해 정의되지 않는 것,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삶은 타인이 나를 단정 짓지 못하게 만드는, 그리고 나 또한 타인을 예단하지 않는 방식으로 나아간다.

 

“시시하게 사는 게 제가 사는 방식이거든요.” – 해요

남들보다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뒤처지지도 않는 보통의 삶, 해요에게 삶은 시시하지만 잔잔한 날들의 연속이다. 매일 같은 시간 작업실에 나와 매일 같은 양의 그림을 그리는, 루틴으로 가득한 해요의 일상은 어떻게 보이는가에 급급한 현시대를 비껴가고 있다.

 

해요는 제주를 기반으로 활동하지만 보편적인 제주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아내지 않는다. 그가 그린 자연은 오히려 도회적인 이미지에 가깝다. 그에게 자연은 정제될수록 아름다운 것이고, 상징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해요의 회화에는 이 두 가지 요소가 뒤틀린 채 공존한다.

 

해요의 예술 세계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가지를 뻗어 나간다. 자연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을 포개어 사실과 상징, 구상과 추상을 일직선상에 놓고 한 걸음 물러나 관찰하는 형식을 취하며 주인공도, 조연도 아닌 제3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본다.

 

삶과 예술은 전혀 다른 지점에 위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삶 안에 예술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형태로 존재한다. 그래서 모든 예술은 예술가가 살아가는 방식을 표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예술가에게 잘 먹고 잘 사는 일이란 천편일률적인 이상을 좇아 사는 것이 아니라 취향의 세계를 구현하는 일이다. 

오직 나를 위한 것으로 채워가는 삶, 이것이 <, □○△: 삶, 다양성>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다. 앞으로 채워갈 <, □○△: 삶, 다양성>의 조각들을 애정 어린 마음으로 기대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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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X2's exhibition <□○△: Life, Diversity> is a long-term project that stems from the question of how to live. The current era is busy revealing how 'well' we live, to the point where it feels like we exist to be seen by the world, but there is nothing more meaningless than finding value in the superficial. This project was designed to select three artists who use human figures as the main subject of their work to discuss their lives and art. The first batting order is Kim Yun Seob, Park Ido, and Heyo.

 

"It's always scary, but sometimes I just ignore it." - Kim Yun Seob

Seeing is the most primitive way of perception, and it is particularly powerful in visual art. It doesn't matter what you see because "seeing" presupposes that the object has already been visualized. The key is how you see it. From this perspective, Kim's paintings are unique.

 

Kim is a unique hybrid, as he describes his life as being on the borderline between majoring in comics, loving philosophy, and settling into painting. Although he uses the conservative mediums of canvas and oil paint, he uses cartoonish compositions to line up fragmentary images he has collected.

The images he collects are one-sided, edited fragments. However, these images are not stingy at all. If the real world I see is made up of other people's fragments, then my fragment is open to the possibility that it could be someone else's world.

 

For him, "existence is expression," and painting is an act that stems from existential concerns that predate the name art. In a world where there is nothing new anymore, he uses the form of painting as a result of the process of searching for something unique and personal, a special meaning of existence.

 

"Something that is not defined by the outside world, but by myself." - Park Ido

Life is a series of actions that we choose with our own will. But if there is one thing we cannot choose, it is our birth. According to Park, art is about what is given (birth) and the process of deriving something from what is given (living). Therefore, Park's work begins with giving the medium agency.

 

To be subjective means to exist as a living entity, free from a fixed image. Park dramatically brings out the inherent properties of the medium and makes it self-sustaining. To do this, he juxtaposes unlikely mediums on the screen, such as ink and beeswax, pencil and aluminum. Each medium exists within a single canvas but is not bound by the other. Therefore, no one subject or material can completely overwhelm the other in Park's paintings.

 

For him, art is something that is not defined by a specific subject or method of expression, something that is unpredictable because it is constantly changing. As such, his life is lived in a way that makes it difficult for others to categorize him, and for him to categorize others.

 

"It's my way to live a trivial life." - Heyo

For Heyo, life is a series of uneventful days, neither better nor worse than others. His routine-filled life, in which he goes to his studio at the same time every day and paints the same amount of paintings every day, is a reflection of the urgency of the present.

 

Although Heyo is based in Jeju, his paintings don't represent a universal view of the island. His depictions of nature are more like urban images. For him, nature is more beautiful the more refined it is, and symbols are very natural. So in Heyo's paintings, these two elements coexist in a twisted way.

 

Heyo's artistic world branches out from this point. Embracing nature and what feels natural, Heyo takes the form of lining up facts and symbols, concepts and abstractions, stepping back to observe, and looking at the world from a third-person perspective, neither protagonist nor supporting character.

 

Although life and art seem to be located at different points, they actually exist in a form where art occupies a place within life. Therefore, for an artist, eating well and living well is not about living according to a uniform ideal, but about embodying a world of taste.

This is the ultimate goal of the <, □○△: Life, Diversity> project. I hope you will look forward to the pieces of <, □○△: Life, Diversity> with love and anticip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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