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念[신;념]

이건용(b.1942)은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으로 한국 미술의 판도를 바꿨다. 예술이란 무엇인지 끝없이 탐구하던 그는 ‘난 그리지 않는다’고 선언하며 전통적인 회화에서 자신을 해방시킨다. 붓이 지나간 자국이 선명한데 그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메를로퐁티는 우리가 신체의 차원에서 존재한다고 이야기했다. 이건용은 이러한 ‘신체 철학’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작업 근간을 이루는 신체는 장소와 시간 등을 잇는 도구이자 예술의 매체로 활용된다. 그래서 그에게 회화란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으로 작용한다.

그의 모든 회화는 신체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다. 즉, 자신이 가진 그대로를 캔버스 위에 담아낸다. 그래서 그의 철학에 따르면 성별, 나이, 국적, 장애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온전한 자신만의 표현을 할 수 있다.

변화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기존의 회화가 캔버스와 눈을 맞추며 교감하는 행위였다면 이건용은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캔버스를 등진 채 화면을 채워나간다. 몸의 궤적을 따라 그은 선들은 하나둘씩 모여 독특한 형상을 창조한다. 이러한 행위는 완성된 작품, 즉 결과를 예술이라고 칭하는 전통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몸이 움직이는 궤적 자체에 집중한다. 따라서 결과에서 과정으로, 관념에서 신체로 예술의 경계는 확장된다.

‘각각의 나는 모든 나들의 교차점’이다. 무한한 ‘내’가 교차된 자리에는 흔적이 남는다. 그림을 ‘그리는’ 것을 목적에 두지 않고 그저 신체의 행동반경이 창조한 움직임을 따라갔기 때문에 이건용의 회화는 실존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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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his avant-garde and experimental works, Lee Kun yong (born 1942) transformed the field of Korean art. In order to break free from conventional painting, he announces, "I don't draw," after continually examining what art is. Why does he claim to not draw yet the brush stroke is obvious?

We do, according to Merleau-Ponty, have a physical existence. This "physical philosophy" was created by Lee Kun-yong in his own unique manner. The body that serves as the foundation for the work is employed as a tool and a creative medium to link space and time. Painting thus serves as a means of communication for him.

He only creates paintings that fit the parameters of his body of work. In other words, he paints the canvas with what he has. Therefore, regardless of gender, age, nationality, or disability, anyone can express themselves fully in accordance with his philosophy.

Change begins with seeing familiar things unfamiliarly. If the existing painting was an act of interacting with the canvas by making eye contact, Lee Jun yong goes a step further from there and fills the screen with his back on the canvas. Lines drawn along the body's trajectory gather one by one to create a unique shape. These actions focus on the completed work, that is, the trajectory in which the body moves away from the traditional mindset of calling the result as an art. Therefore, the boundaries of art extend from result to process and from concept to body.

‘Each me is the intersection of myself’. Traces are left in the place where the infinite 'me' is crossed. Lee Kun yong's painting is an existence itself because he did not aim to "draw" a picture, but simply followed the movement created by the body's radius of a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