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 작가 개인전
SHAKE UP 쉐이크업
똑같은 공정을 통해 한 치의 오차 없이 동일한 모양으로 제작된 가방은 몰개성의 현시대와 어딘가 닮아있다. 그러나 차민영은 이러한 보편적 시선에 반기를 든다. 그의 작품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몰개성의 산물이 개성을 입는 순간을 포착하려는 시도로 점철되어 있다. 따라서 그에게 가방은 틈을 만들기 위한 단순한 의미로서의 오브제가 아니다. 삶이라는 거대한 파노라마의 한순간을 베어내어 그것을 수집하고 기록해 세상에 내보이는 작업을 수행하는 보다 고차원적인 미디어다. 결국 차민영의 가방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사회와 사회가 교차하는 찰나의 순간이자 관계의 시발점으로, 익숙한 것을 다르게 보는 시선과 다른 것을 익숙하게 보는 시선이 공존하는 장소로서 존재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극사실과 초현실이라는 양극단의 세계가 맞물려있다.
차민영이 구현한 틈 사이의 세계는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타인의 공간에 잠입한 듯 불편한 감정을 안긴다. 그러나 그 안의 세계에 계속 시선을 맞추다 보면 어느새 분명한 기시감이 머릿속을 지배하며 낯설던 공간이 친숙한 기억으로 변환된다. 그래서 감상자는 구현된 공간에 자신을 이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선을 떼는 순간 틈 사이의 세계는 실존하지 않기 때문에 아득한 그리움으로 자리를 잡는다. 이렇듯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름 모를 장소들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세포가 증식하는 듯 끊임없이 감각의 세계를 확장한다.
공간은 서사가 부여될 때 진정한 공간으로 존재할 수 있다. 불특정 타인을 위해 존재했던 틈은 감상자의 개입으로 인해 특정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는 공간으로 거듭난다.
차민영 개인전 <Shake up>은 가방으로 한정되어 있던 경계를 갤러리 전체로 확장해 감상자를 작품의 일부로 편입시키며 공간의 의미를 재정립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기존의 감상이 작품의 외부에서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감상자가 직접 작품 속으로 들어가 타자의 시선을 자기화하는 심리적 과정을 겪는다. 이러한 시선의 변주는 작품이 갖고 있던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는 행위로써 작가가 제시하는 감상에서 한 단계 올라가 주체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점의 변화는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을 새롭게 만든다. 전시 <Shake Up>은 시선의 변주를 통해 타인처럼 여겨졌던 또 다른 자신의 발견 속으로 감상자를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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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mogeneity of the modern period can be seen in certain ways in the suitcases made through the same method with no flaws and identical shapes. However, Cha Min Young revolts against such omnipresent perspectives. The works of the artist are infused with an attempt to capture the moment when products of homogeneity created by capitalism acquire individuality. Therefore, for the artist, a suitcase is not a mere object with the simple meaning of creating gaps. It is a higher-dimensional medium that reveals and records a fleeting moment of life's grand panorama, presenting it to the world. In the end, Cha Min Young's suitcases exist as a point of intersection between individual, between individual and society, and between society and society. It is the starting point of relationships, where perspectives that view familiar things in different ways and that view the unknown as familiar coexist. Thus, her works are interlinked with the extremes of hyperreality and surrealism.
The world between the gaps created by Cha Min Young is so realistic that it imbues an uncomfortable feeling of intruding into someone else's space. However, as one continues to focus on the world within, a distinct sense of presence takes over, and the unfamiliar space becomes filled with familiar memories. As a result, the viewer cannot help but immerse themselves in the realized space. Yet, as soon as the gaze is averted, the world between the gaps, being non-existent, takes hold as a distant longing. These nameless places that exist everywhere yet nowhere traverse the boundaries of consciousness and unconsciousness, constantly expanding the world of sensation as if cells were multiplying.
Space truly exists when it is endowed with narrative. The gaps that existed for anonymous others, through the viewer's involvement, transform into spaces that contain the stories of specific individuals.
Cha Min Young's solo exhibition <Shake Up> is designed to expand the boundaries limited to suitcases throughout the gallery to incorporate viewers as part of the work and redefine the meaning of the space. If the existing appreciation was to look inside from the outside of the work, this exhibition goes through a psychological process in which the viewer directly enters the work and equates the other's gaze with his or her own. This variation of gaze is an act of overcoming the existing limitations of the work, and provides an opportunity to take a step up from the artist's presentation and think independently.
Changes in perspective make a new way of perceiving the world. Through a variation of gaze,
the exhibition <Shake Up> will lead the viewer into a discovery of another self that was considered as a stranger.